해커와 화가로 유명한 폴 그레이엄이 최근에 쓴 에세이인 “스타트업이 망하는 18가지 지름길” (The 18 mistakes that kill startups) 을 읽어보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많이 배운다.
그중에 몇 가지 특히나 와닿는 점들 + 내 생각들.
1. 유저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뭐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벤처 사람들도 이야기를 해 보면, 뭔가 자신이 구상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게 되기만 하면 이게 이런점에서 좋고 그러면 사람들이 이렇게 마구마구 써댈 테고 그러면 우리는 바루 넥스트 구글 되는거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꿈에 사로잡혀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내 꿈의 강렬함이, 전에 존재하지 않던 수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실 아이팟과 스타벅스 커피가 요새 아프리카 내륙 지방의 “물” 처럼이나 누구에게나 꼭 필요했던 건 아니다. 많은 대중들이 애플과 스타벅스에 “홀려서” 마치 그것이 매우 필요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강렬한 브랜드 효과를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에서, 창업자 자신이 상상하는 것처럼 실제 유저들이 진정으로 그 서비스를 갈망하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가? 늘 되돌아봐야 할 질문이다.
2.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민해 보라.
때때로 “유저가 원하는 것” 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유저 케이스를 상정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생뚱한 유저를 상정하는 것보다는, 창업자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서비스가 없어서 미치겠으며, 나는 뭐가 있으면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겠는가?” 위대한 스타트업들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3. 계획은 중요하지만 계획을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라.
계획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여야 하는 사람들은 올림픽에서 메달 따려는 사람들이지,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아니다. 대부분의 창업 기업이 초기에 세웠던 계획은 어차피 틀린 계획으로 판가름 난다. 숲이 나를 인도하는 길로 따라가라.
4. 너무 느리게도, 너무 빠르게도 런칭 하지 말것.
완벽이란건 없다. 우리는 딴에 낑낑매고 완벽을 기한다고 하지만, 그 서비스가 런칭 하기 전까지는 냉정하게 말해서 유저 입장에서는 우리가 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뭔가를 유저들에게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너무 설익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보여주게 되면, 얼리 어답터들이 와서 서비스를 써보고 “이거 뭐야?” 이러고 실망하고 돌아선다. 새로 런칭한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초기 입소문”을 내주기는 커녕, 한번 떠난 그들은 다시는 발걸음을 돌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테크크런치에 한번 나기만 하면 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테크크런치에 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혹자의 말에 따르면 테크크런치는 제보가 들어오면 거의 다 써준다고 한다 (누가 “Michael writes about EVERYTHING” 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테크크런치에 만약 혹평 또는 그저그런 평이 나오면? 그때는 돌이키기 어려운 대미지를 입고 만다. Ning 이 좋은 예다. 나중에 수습한다고 난리 치지만 대미지 복구 어렵다. 창업 기업들은 초기 유저들 하나하나를 모두 마이클 애링턴으로 여겨야 한다.
5. 창업자들끼리 싸우지 말것.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정말 그 회사를 제 몸보다,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싸우지 않거나, 싸워야 할 일이 있더라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다. 창업자들의 싸움으로 인해 회사가 잘못되면, 회사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 자체가 X 된다는 것을 잘 아니까. 자식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식이 밉거나 자식과 싸운다고 해서 자식을 내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