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중 한명으로써, 변화를 주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내 존재감을 확인시키려는 변화, 또는 그저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는, 안그래도 바쁜 사람들을 쓸데없이 더 바쁘게 만드는 일에 불과하는 아주 나쁜 행위다. (새로 온 관리자들이 간혹 이런 쓸데없는 변화 프로그램을 짜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을, 나는 대기업에서 여럿 봐 왔다.) 하지만 새벽 한두시에 혼자 내방 책상머리에 앉아서 열심히 고민해 본 결과 “이 방향이 맞다” 라는 느낌이 온 일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담하게 밀어 붙이는 추진력을 발휘해야겠다.
Eric Kim
이런 나의 마음가짐에 영감 (inspiration) 을 주는 분이 계시니, 곧 삼성전자에서 작년에 인텔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신 Eric B. Kim 님이시다 (삼성에 계셨을 때는 “김병국 부사장” 직함을 갖고 계셨었다). 이분은 당연히 피래미에 불과했던 나를 아실 턱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분을 가까이에서 뵌 적이 한번 있다. 삼성을 퇴직하신 뒤 미국으로 들어가시던 바로 그날, 나는 우연찮게도 그분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가게 된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Hertz 렌트카 줄에 나란히 서 있었을 때는 인사라도 건넬까 했지만, 이분 입장에서는 삼성을 나오신 마당에 왠 알지도 못하는 젊은놈한테 인사 받으시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 하는 혼자 생각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쓸데없는 이야기 각설하고… 이분이 인텔에 들어가시자 마자 몇 달도 안 되어, 인텔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인텔 회사 로고가 바뀌었고, 컴퓨터 본체에 하나씩 다 박혀있던 “인텔 인사이드” 마크 역시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펜티엄이라는, 어찌보면 인텔에는 성역과도 같았을 브랜드도 어느 순간부터 “코어2듀오”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뛰어넘는다 (Leap Ahead)” 라는 새로운 태그라인도 도입되었다.
인텔이 어떤 브랜드인가? 전세계 브랜드 자산가치 5위의 브랜드다. 이러한 브랜드를 근본부터 싹 바꾸는 일은, 그것도 그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 수십년간을 일해온 중역들이 버젓이 두 눈 뜨고 있는 마당에, 이제 들어간지 갓 몇달 되지도 않는 사람으로써 수행해 내기에는 분명 녹록치 않은 일이었을 테다. 왠만한 용기와 배짱, 그리고 자신감이 없었다면 못 해냈을 일이다. 물론,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5년만에 값싼 전자렌지 회사의 이미지에서 가장 혁신적인 IT 기업중 하나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라면, 그정도 자신감을 가질 만도 했을 법하다.
수개월만에 인텔의 DNA 와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는 분도 계신 마당에, 내가 우리 조직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일에 소극적이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다. 당분간 내 이름의 Chang 은 “Change Agent” 의 준말로, 내 직함인 공동 CEO는 Change Enabling (or Empowering or 때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Enforcing”^^) Officer 의 준말로 생각하려 한다.
흐흐.. 리체님 블로그 타고들어가셨군뇽? ㅋㅋ
과태료 영수증 즐거운 아이디어3~ CK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