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이 오디션을 볼 때의 필름이라고 한다. 한 시대를 불꽃처럼 살다 간 그이건만, 그도 시작은 이처럼 “미약” 하였다. 용쟁호투같은 영화에서 말도 몇마디 안하고 매정하게 사람들을 후려패던 모습만 보던 우리로써는, 머리를 곱게 넘긴 풋풋한 청년의 모습으로 스탭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하는 “순한” 이소룡의 모습이 퍽 이채롭다. 그러나 그러한 풋풋함과 나긋나긋함 사이로 언뜻언뜻 내비치는, 저 거대한 자신감이 보이는가? 지금이야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된 IC가 “인디언+차이니즈”의 준말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에 동양인이 많지만, 길거리에 동양인이 한 명 지나가면 빤히 쳐다보던 그 시절, 작은 체구의 홀홀 단신으로 와서 “내가 헐리웃을 정복하러 왔다”고 외치는 듯한… 저 자신감 말이다. 낡은 사진과 영화를 꺼내보는 것은, 언제나 시간의 유한성을 느끼게 해 주고, 생의 짧음과 내가 지금 사는 이 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오늘 우리의 삶은 찬란한 불꽃의 완전 연소인가, 아니면 아주 느린 죽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