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팅이 있어서 버클리에 갔다가 오랜만에 30분동안 차를 세워놓고 학교 캠퍼스를 걸었다.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진 뒤의 대학 캠퍼스만큼 차분하고 낭만적인 곳이 또 있을까.
그 30분동안만큼은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삐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내 대학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예가 많은데 그러면 도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 – 대학과 도시의 상호작용 – 은 뭘까, 뭐 이런 아주아주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기도 했고. 지금 하는 일 관련해서 새로운 생각들과 아이디어가 스쳐가기도 했고… 이런저런 프로세스에 치여 살다보니, 멍하니 걸으며 생각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게 얼마만이었던가.
대학 시절, 생각할 거리가 하도 많아서 머릿속에 한짐 짊어지고 “생각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근데 생각 여행을 떠나도 정작 생각이 별로 안되더라. 생각이란건 어쩌면 내가 잡는게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불쑥불쑥 나를 찾아오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는 “성실한 영민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모든걸 다 짊어지고 떠나는 생각 여행도 좋을지 모르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운동이든 산책이든 머리를 비우고 “생각이 나를 찾아올수” 있는데 도움되는 환경을 만드는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http://www.ted.com/talks/elizabeth_gilbert_on_genius.html 똑같은 주제의 강연을 재미있게 봤던게 기억나네요. inspiration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주제였던가? 내 생각이 아니라 단지 그 생각이 나를 통해 나온 것일 뿐이니, 시건방 떨 것도, 자괴할 것도 없다는 얘길 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생각이 나를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각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 생각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종의 channeler인듯도? 그나저나 영민함과 영감inspiration에서 쓰는 영짜는 같은 한자겠죠?
http://www.facebook.com/photo.php?v=315480831898601 김미경 원장의 강연과 더불어서 의미있는 생각을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