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하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인들도 가장 이주하고 싶은 도시중 하나로 꼽힐만큼 매력적이다. 최근 몇년사이 샌프란시스코에는 새로운 활기가 넘치고 있다. 애플, 구글등 대기업들이 주로 한적한 남쪽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면, 최근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벤처창업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남쪽에 자리한 대기업들도 도시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젊은 인재들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곳곳에는 벤처의 활기가 넘쳐나고, 건설 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의 이면에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노숙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이중 일부는 이전에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다가 밀려난 화이트칼라 직원들이라는 말도 있다. 살기 점점 어려워지는것은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살인적인 집값과 물가를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방 두개짜리 아파트의 한달 월세가 우리돈 60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는 교사, 공무원 등은 당연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살기 어렵고, 오랫동안 살아왔던 동네에서 쫓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분명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기술 붐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모습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비단 샌프란시스코라는 한 도시의 문제에만 국한되냐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고, 이를 넘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기술 발전과 정보혁명이 모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설 자리를 없애는 요인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쩌면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거의 대부분의 생산활동을 수행하게 됨으로써, 기술을 다루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상층부에 존재하고, 기술에 의해서 밀려난 사람들이 사회의 최하층부에 존재하는, 소위 “중산층의 종말”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어쩌면 이러한 사회 문제의 초기 증상을 겪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기술의 급격한 발달이 일부의 사람들을 사회 바깥으로 몰아내고 있는 현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고, 어쩌면 나머지 도시들도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인지도 모른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해 보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