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어떤 금융권 회사가 외국계 회사로 M&A 되었다. 이 딜을 주도했던건 다름아닌 기존 경영진. 그들은 자신들이 경영을 잘 못한 결과 회사가 어려워진 건데도 불구하고, 돌파구와 대안을 안에서 찾기보단 밖에서 찾았다.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서 매각이나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것이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회사를 외국계 자본에 넘기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자들은 초보자의 실수를 저질렀고, 무엇보다 마음이 급했다. 그런 나머지 상당히 불리한 M&A 딜을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염증을 느끼고 회사를 떠났던 기존 회사의 임원들은, 언젠가는 이런 경영진의 업무 미숙이 심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몇년쯤 지나보니, 그런 불리한 딜을 했던 사람들만이 합병 법인에서 잘 나가고 남아있더라는것.
우린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접한다. 그런데 만일 이런 이야기가 기업 레벨이 아닌, 국가 레벨에서 진행이 된다면? 만일, 우리 사회가 아직도 친일파 (= 내부에서 불리한 M&A 주도) 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 심판을 받기는 커녕, 그들이 아직도 사회의 주요한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사회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좌파와 우파가 아니라, (친일파 세력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과 비 기득권 세력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음. 기득권은 좌파일수도, 우파일수도 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마치 Hunger Game이나 로마 원형 경기장처럼, 사람들이 서로 분열되고 싸움을 벌여서 관심이 그쪽으로 집중되고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을 원한다는 것. 사회의 대중들이 네이버 뉴스를 보면서 서로 쪼개져서 댓글로 열심히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때, 누군가는 뒤에서 무지한 대중들(?)을 고마워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을수도 있는것.
그리고 그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지켜내는것.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개천에서 용 나는것. 그래서 사교육과 로스쿨 제도 등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고.
점점 갈수록 기득권 장벽이 높아지는것 같은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
그래서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서, 스타트업은 단순히 기업이나 경제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 사회의 mobility를 증대시킬수 있는 사회 변혁적인 운동일수 있음. 기승전 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