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안식년을 가지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찰을 했던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었다. AI가 세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으며, 내 주변 지인들은 크고 의미있는 사업을 멋지게 하고 있었다.
이럴때일수록, 예전에 읽었던 영화 “미나리”의 Lee Isaac Chung 감독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
Lee Isaac Chung 감독은 명문 예일대를 나왔지만, 그의 진정한 열정은 영화에 있었다. 그렇게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쫓아 영화감독의 길을 걸었는데, 20년동안 몇몇 독립영화를 제외하곤 변변한 히트작이 없었다. 부모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이 어떤 조언을 했었을지, 그가 어떤 눈치를 봐야 했을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히트작을 준비했고, 대작 영화를 만들기 위한 원천 스토리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소설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이 소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대작을 만들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리서치를 더 해보다보니 그 소설가는 (자기 작품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첫번째 영화에 너무 실망했던 나머지) 자신의 소설이 더이상 영화화 되는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품이 아닌 작가의 스토리를 영화로 만드는건?
그래서 감독은 그 작가의 스토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가의 스토리를 알아갈수록, 그 작가의 스토리와 자신의 스토리가 겹치는 부분이 많은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소설이 그토록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작품들이 작가 본인의 인생 스토리에 깊이 뿌리박고 있었기 때문이라는것 역시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의 (새로운) 인생의 챕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경외가 아닌 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Life began for me, when I ceased to admire and began to remember.”
그때 그는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를 찾아다닐게 아니라, 나 자신의 스토리를 찾아야 하겠구나. 바깥이 아닌,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야 하겠구나, 라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미나리”다.
+++
세상은 그 어느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것에 기회가 있다고 해서,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가 아닌, 내 자신의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해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admire가 아닌 remember를 할때 대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