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중의 하나로 흔히 다양성(diversity)과 이에 기반한 개방성을 꼽는다. 그런데 우린 이 말을 들으면 흔히 흑인, 백인, 인도인등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이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 한 나라 안에서의 다양한 지역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에 크게 이바지하는 부분중 하나는 바로 “미국 안에서의 다양성”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중에서 이곳에서 원래부터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의 상당 부분은 과수원이었다고 하지 않나. 아무튼 여기서 일하는 미국인들도 상당수는 타지역 출신들이 대학 또는 대학 이후에 이동네로 처음 와서 직장을 잡고 자리를 잡아가는 케이스다. 한마디로 좀 과장 섞어서 말하면, 여기 실리콘밸리는 미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죄다 딴동네에서 온 사람 투성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그룹은 어쩌면 미국인들인지도 모른다.
반면 한국은 종종 같은 대학 같은과, 또는 같은 회사 안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조차 서울의 특정 아파트 출신들끼리 동호수 단위로 친구들의 안부를 묻을때조차 있을 정도다. 테헤란밸리와 판교밸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이 당연히 같을 수 없고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테헤란 밸리를 제 2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자고 한다면 우리나라 “안에서의” diversity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